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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의 스포트라이트] 전국체전 첫 금 꿈꾸는 택견 최고수

한국무예교육연구소
2022-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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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발질’로 불릴 만큼 화려한 발기술을 지닌 택견 최고수 김성현. 올해 첫 전국체전 정식 종목으로 참가하는 택견에서 첫 금메달을 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택견 대중화에 몸 바칠 각오를 갖고 있다. 김성현 제공



체급과 관계없이 최고의 택견인을 가리는 무대였던 ‘제21회 택견 최고수전’. 지난달 10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결승에서 정현재(32)의 날치기 기술을 김성현(35)이 되받았다. 날치기는 순간적으로 물구나무를 서면서 공중으로 들어올린 두 발로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는 화려한 기술이다. 물구나무 쌍발차기로도 불린다. 이를 피한 김성현이 오히려 상대를 넘어뜨리면서 승리했다.


상대의 기술을 되받아 승리했지만 김성현의 발차기 또한 화려하다. ‘무지개 발질’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기술을 지닌 그의 주특기는 ‘얼렁발질 두름치기’와 ‘얼렁발질 밭발따귀’다. 얼렁발질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페인트모션이다. 두름치기는 반원을 그리듯 둘러차는 기술이다. 두름치기에 속임 동작을 가미한 것이 얼렁발질 두름치기다. 발이 일정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꾼다. 밭발따귀는 발바닥으로 상대의 바깥쪽 뺨을 치는 기술이다. 얼렁발질 밭발따귀 역시 속임 동작이 가미된 기술이다. 김성현은 발을 상대의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게 하며 이 기술을 사용한다.


김성현은 이날 우승으로 2019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함으로써 2회 연속 최고수에 올랐다. 내년에 한 번 더 우승하면 택견꾼 최고의 영예인 최고수전 영구깃발을 획득하게 된다.


현존 최고수에 오른 그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올해 10월 울산 일대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택견은 2011년 전국체전 시범종목이 됐다. 그러나 안팎의 사정으로 이후 9년 동안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지 못했다. 전국체전 참가 종목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시범종목에 머물렀다. 2020년 정식종목이 됐으나 이번엔 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시범종목 채택 이후 11년 만인 올해에야 정식종목 자격으로 전국체전에서 택견이 열린다. 13개 시도에서 104명이 출전한다. 도 개 걸 윷 모 등 5개 체급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대한택견회는 택견이 시도대항전인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택견팀을 창단하는 데 관심을 갖는 등 택견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통 무예인 택견이 전국체전에 한국다운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입혀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택견은 전국체전에서 유일하게 한복을 입고 경기한다. 부산 대표로 걸급(75kg 이하)에 참가하는 그는 “나의 마지막 피날레, 내 은퇴 무대가 전국체전이 아닐까 한다. 첫 정식종목 대회인 만큼 정말 의미 있는 대회다.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영남중 시절 처음 택견을 접한 그는 부산 다대고 시절 전국 고등부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했던 때를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한다. 땀 흘려 이뤄낸 성취감도 컸지만 당시 지도 선생님께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들려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와 정성껏 고기를 사주시던 모습에서 택견과 제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마음을 느껴서다. 이후 그의 청춘을 택견에 바쳤다.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하고 각종 시범에 나서면서 택견 알리기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함께한 택견인들과의 오랜 우정을 기억한다. 그가 택견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이 좋아서’라고 했다.


무엇보다 택견이 가진 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택견에는 보호구가 없다”며 “상대를 해하려는 공격은 반칙”이라고 말했다. 택견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발차기 기술들이 사용되지만 대부분 타격이 아닌 밀어차기다. 상대를 해하는 기술은 규칙으로 금지돼 있다. 그는 택견의 정신을 ‘상생 공영’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살며 함께 부흥하자는 뜻이다. 화려한 기술들과 상생의 정신을 겸비한 택견은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정신을 함께 성숙시키는 무예라는 설명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듯한 극단적 생존게임이 벌어지는 요즘 상황에서 택견의 상생 철학과 룰은 되새겨볼 만하다. 그는 택견 전수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로서는 은퇴하더라도 택견 대중화와 세계화에 대한 동참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세계로 뻗어 나간 태권도에서 볼 수 있듯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출처 : 동아일보(https://www.donga.com/news/Opinion/article/all/20220802/114764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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